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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행기록] 숨 쉬는 즐거움

by 콘월장금이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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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101일차의기록
몇일 전에 기록을 남기면서 우와.. 조금 있으면 여기 온지도 100일이 되겠구나 했는데, 늦게 체크인한 게스트 덕분에 잠이 깨 이것 저것 보다가 오늘이 벌써 100일하고도 1일이 지났다는 걸 알았다. 사실 숫자라는게 얼마나 의미없는건지 잘 알고 있음에도 나 또한 여전히 기록을 숫자와 함께 하고 있다. 남미를 여행하고 있던 중에 파타고니아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레며 얘기하던 곳, 추운 날씨를 싫어하는 나지만 내가 못 떠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푸에르토 몬트에서 푼타아레나스 (파타고니아 지역)에 첫 발을 내딛었을때, 그리고 푸에르토나탈레스로 이동하던 그 구간에 나는 일몰이 시작된 그 잠깐동안의 밝은 상태인 밖을 봤을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아...이게 파타고니아구나 그제서야 다들 입모아 얘기하던 것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엘칼라파테를 떠나버리면, 우수아이아에 가지 않는한 파타고니아 지역은 이번 여행에서 끝나버린다. 추운 날씨 탓에 숙소에서 잘 나가지 않는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머물게 하는데는 자연이 너무 아름답다.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숨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기가 좋은건지, 차가워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숨 쉬는 맛이 있다
아마 내 몸 속 세포 하나하나가 이 곳의 공기를 받아들이는게 참 행복한 일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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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나에게 일어나는 기적같은 행운들에 무한한 감동과 감사함을 느낀다. 혹시 내가 이런 행운에 길들여져 버릴까봐 그래서 덜 감동하게 될까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매일 쓰는 감사일기 속에 솔직하게 다 적어두려고 한다.그래서 괜찮다.
혹시 나중에 인생이 정말 힘들고 괴롭다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딱 하나만 얘기할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세요. 그걸 기록해 보세요’ . 아마 이건 내가 힘든 일을 겪을 때 나에게도 적용될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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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하다 만난 사람 중에 왜 너는 아무것도 안해? 액티비티 안해? 왜 동네만 돌아다녀? 묻곤 하는데, 나는 아마 일찌감치 느꼈다. 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그냥 내가 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서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는 것을.
다른 하나가 더 있다면, 이 행복을 길게 누리고 싶어 돈을 절약하고 정말 하고 싶었던 것에만 쓰기 위한 마음이기도 하다.
가끔은 그냥 호수에 가만히 앉아 멍때리는 순간과 사람들과 계란 몇 알, 양파,냄비 밥, 감자볶음만 먹어도 진심으로 행복하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거나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것 또한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순간, 나의 여행 중 만나는 모든 인연들을 사랑한다.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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